충격적인 엔딩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녹색 옷을 입은 아이의 정체가 막연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동숙은 자신이 남편 살해범으로 몰리기 시작하자 비밀스럽게 연락하던 '붉은 눈물'이라는 존재를 형사인 지헌에게 털어놨다.

살인의 이유;

심판자와 구원자, 그 미묘한 상황 속에 놓인 우경은 누구인가?

용의자로 경찰서에 끌려온 은호는 미라 살인사건 현장에 있었던 유일한 목격자인 어린 아이 하나에게 지목 당했다. '착한 얼굴'을 한 사람이라는 하나의 발언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바로 은호이기 때문이다. 그가 범인일까? 너무 이른 상황에 반전은 당연했다.

하나가 은호를 지목한 것은 그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이다. 그렇다고 은호가 완벽하게 용의자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하나에게 엄마의 죽음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었다. 자신을 방임하고 학대한 엄마의 죽음. 이는 하나에게는 새로운 삶이 주어질 수 있다는 간절함이었다.

지옥에서 자신을 꺼내준 사람이라면 하나에게 그는 살인자가 아닌 구원자다. 모래집을 짓던 아저씨라는 하나의 발언에 은호는 용의자에서 벗어났다. 선한 얼굴을 한 은호는 어떤 존재일까? '소년A 사건'을 경험한 지헌에게 은호는 기이한 인물이다. 그리고 이번 연쇄살인사건과 은호는 너무 잘 어울린다.

용의자가 사라진 후 지헌을 찾아온 인물은 트럭 기사였다. 많은 범칙금 고지서를 내밀며 해결해주면 결정적 증언을 하겠다는 트럭 운전수는 자신의 차량 블랙박스를 보여주었다. 안석원은 자살한 것이 아니라 살해 당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속 안석원 차량에는 다른 이도 있었다. 용의자가 내린 후 번개탄에 불을 붙이고 사라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을 통해 지헌은 확신했다. 우경이 언급했던 발언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이은 살인 사건 속에 시와 아이가 있다는 발언은 이 사건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아동 학대를 한 부모가 살해 당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남편이 죽인 아이를 아내가 불에 태워 죽인 사건. 그 어머니는 차량 안에서 불태워져 죽었다. 아이를 죽였다는 그 상황 자체도 의문이 남겨져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죽음들은 우연이 아니다.

자살했다고 판명난 첫 사건 용의자인 의사 역시 가족을 잃은 가장이었다. 그 죽음에도 비밀이 있다. 안석원과 미라 살인사건까지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건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는 학대 받은 아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섬뜩해 보이는 시가 함께 하고 있다.

우경의 차에 함께 탔던 은호는 그녀가 그토록 찾던 아이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다. 자신이 봉사를 다니던 꿈나라 보육원에서 문제의 아이를 본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려준 것을 기억했다. 그 기억의 단초는 그림 뒤에 적은 글귀였다. '문둥이' 시 일부를 적은 그림의 출처는 명확하게 꿈나라 보육원이었다. 

원장은 몰랐던 그 아이는 실제 그곳에 있었다. 단 하루였지만 은호의 기억은 정확했다. 정석우 7살인 그 아이는 아버지에 의해 그곳에 맡겨졌었다. 하지만 이미 정원이 찬 그곳에서는 아이를 받을 수 없었고, 원장이 없던 상황에서 기록도 하지 않은 채 다른 보육원으로 옮겼다.

그 과정에서 많은 어른들은 아이에게 관심이 없었다. 아이를 옮긴 운전기사도 내려줬으니 자신의 할 일은 다했다는 입장이었다. 세상에 그 어떤 흔적도 없었던 아이 석우는 그렇게 3일 동안 걸어 서울 집으로 향하다 차량 전용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석우의 죽음은 우경의 삶을 완벽하게 뒤틀었다. 그 순간 녹색 옷을 입은 아이가 등장했다. 만삭의 아이를 잃고 남편의 외도도 확인했다. 그렇게 이혼한 그녀의 삶은 녹색 옷을 입은 아이와 함께였다. 그녀가 집착하는 것은 학대 받는 아이를 구하는 것이다.

석우의 부모는 너무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다. 석우와 두 살 터울인 희수까지 낳은 부모는 이혼했다. 감당할 수 없는 나이에 두 아이를 낳은 그들에게 아이들은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었다. 기록을 찾아 어렵게 찾아간 집은 쓰레기장이나 다름 없었다.

쓰레기 더미들 속에서 앓아 누은 아이 희수를 극적으로 발견했다. 그렇게 방치되어 죽을 수도 있었던 희수는 우경에 의해 극적으로 구해졌다. 우경의 끈질긴 관심과 은호의 결정적 힌트, 그리고 형사 지헌의 헌신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사망할 수도 있었던 아이를 구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안석원이 자살이 아닌 살인사건임을 확인한 후 번개탄 구입 과정을 다시 확인한 지헌은 분석을 통해 변장한 그는 안석원이 아니라 부인인 동숙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걷는 모습은 지문과 비슷하다. 이를 토대로 동숙이 남편처럼 변장한 채 번개탄을 구입한 것은 명확해졌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실체는 끔찍했다. 안석원이 안정적인 돈줄이라고 표현했던 것은 자신의 아내와 딸을 구타해 보험금을 타는 방식이었다. 상습 구타를 하고 자신의 딸 손가락까지 부러트려 도박 자금을 충당했던 자. 그는 죽어도 싼 존재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실제 죽이면 문제는 커진다.

추궁 끝에 동숙의 입에서 나온 것은 '붉은 눈물'이었다. 나쁜 사람 아니라는 그는 누구일까? 여전히 모호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자살로 위장된 사건들이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경의 기억 속에서 녹색 옷을 입은 아이가 희미하지만 명확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웃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 그런 아이를 누군가가 계단 위에서 밀었다. 녹색 옷을 입은 아이를 밀었던 아이가 바로 우경일 가능성이 높다. 혹은 우경이 아니라면 동생 세경이일 가능성이 높다. 상황을 목격한 시선이 우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경의 새엄마인 진옥이 차가운 이유도 이해된다.

2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야 했던 진옥. 화목한 가정의 행복은 기이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사진을 열심히 봤다는 아버지. 그리고 단란한 가족 사진과 젊은 나이에 엄마가 된 진옥. 그녀는 우경이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는 열쇳말을 흘렸다. 

자신들을 키워줘서 고맙다는 우경에게 진심이냐고 묻는 진옥. 그건 그저 하는 말이 아니다. 아버지 기일 진옥이 툭 던진 그 말과 녹색 옷을 입은 아이가 계단에서 떨어지는 것은 우연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녹색 옷을 입은 아이는 진옥의 친 딸일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니 말이다.

동숙으로 인해 중요한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붉은 눈물'이라는 닉네임이기는 하지만 단서를 잡아냈다는 것은 중요하다. 여기에 우경과 은호의 관계 역시 흥미롭게 다가온다. 동일한 성향의 두 사람. 그리고 폭력적인 수영의 감춰진 과거까지 더해지며 사건에 집중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안개 속에 쌓여 있는 진실. 그건 이제 막 비밀의 문이 열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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