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 중요 인물인 세주가 기차 안에서 사망했다. 3회에는 진우의 숙적인 형석이 사망했다. 극 초반 중요 인물 두 명이 사망했다. 유령이나 귀신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죽음은 끝이다. 물론 과거로 돌아가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 방식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회귀해 그들의 삶을 보여줄 가능성은 없다.
현실과 게임 세상;
모든 것을 수월하게 얻은 진우 앞에 나타난 변수,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
게임과 현실이 모호한 경계 속에 있는 시대는 온다. AR이 점점 정교해지며 현실인지 가상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분명 사실이 아니지만 AR 기계를 사용하는 순간 우리 뇌는 게임이 아닌 현실로 인식해버린다. 여전히 인간의 몸은 이 가상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현실과 가상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기는 하지만 몸은 그렇지 못하다. 이성과 감성이 혼선을 빚게 만드는 AR의 시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삶도 그렇게 기괴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진우는 가상 게임을 사야 했다. 단순이 형석때문은 아니다.
형석이 먼저 세주의 게임을 접하고 100억을 제안했다. 하지만 개발자인 세주는 형석의 제안을 거절하고 진우에게 연락했다. 먼저 연락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보내온 게임은 경악할 수준이었다.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한 AR 게임에 접속하는 순간 이 게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진우가 접한 게임의 몰입도는 현존하는 그 어떤 게임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획기적이다. 여기에 형석이 탐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전투력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고, 동업자로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창업 당시 형석의 아버지가 지원을 하기도 했다.
제이원 홀딩스 설립 후 공동 대표였지만 진우가 모든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 형석은 상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다양한 이유를 들어 형석은 회사를 나와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그들의 갈등이 극대화 된 것은 진우의 아내였던 수진이었다.
학창시절부터 수진을 좋아했던 형석. 회사를 나오며 두 사람은 친해졌고, 이혼 후 둘은 결혼했다. 진우에게는 배신이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탐한 친했던 친구. 이제는 절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 둘 사이의 감정은 언제 폭발해도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환상의 게임이 존재하고 있었다.
진우가 몰입해 있는 AR 게임은 정말 상상을 불허 할 정도다. 실제 공간에 가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직접 몸을 움직여 게임을 해야 하는 상황은 오감 만족 그 이상이다. 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 게임 상에서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스템 오류가 나며 살아난 진우. 하지만 그건 강렬한 신호였다. 당시에는 미처 몰랐지만 말이다.
버퍼링의 원인이 단순한 통신상 문제인지 그 이상의 오류가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위기를 넘긴 진우는 비를 피해 카페 앞으로 뛰어가 다시 한 번 게임의 가치를 확신한다. 게임 밖 실제 사람들에게 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비가 게임에 접속한 사람들에게만 전해지는 감정이란 사실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유저들이 머무는 카페에 들어선 진우는 그곳에서 희주를 만난다. 세주의 누나가 그곳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기타로 연주하고 있었다. 게임 속 그녀의 이름은 엠마였다. 누나를 중요한 게임 캐릭터로 만든 세주로 인해 진우는 게임 속 환상적인 캐릭터인 엠마와 마주하며 첫 눈에 반하고 만다.
진우가 누구도 탐내지 않는 낡은 보니따 호스텔을 100억이라는 거액을 주고 산 이유는 하나다. 세주가 게임을 개발했지만 미성년자다. 그와 계약을 할 수는 없다. 계약을 할 수 있는 인물은 단 하나 성인인 희주가 유일하다. 그리고 법인 설립을 보니따 호스텔로 했고, 모든 권한은 희주의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건물은 낡아 절대 이 가격으로 매매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환상적인 AR 게임을 100억에 살 수 있다면 이는 너무 값싼 거래가 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감이 뛰어난 진우로서는 놓칠 수 없는 거래다. 상대에게 모든 진실을 밝히고 거래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철저하게 숨긴 채 오직 호스텔에 대한 거래로 둔갑시켜 압박하는 진우로 인해 희주는 거래를 하게 된다. 세주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희주에게는 엄청난 돈이다. 자신은 평생 상상도 해보지 못한 거액으로 낡은 집을 사겠다는 진우는 천사와 같았다.
진우는 다시 한 번 완벽하게 형석을 이겼다. 그렇게 홀가분한 상태로 진우는 형석을 게임 안으로 불렀다.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전투는 시작되었다. 그동안 묵혔던 감정들이 쏟아지고 게임이 아닌 실제 싸움처럼 변해간 그들의 대결은 진우의 승리로 끝이 났다.
피투성이가 된 진우와 형석. 패자인 형석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고, 진우는 승자가 되어 그라나다를 떠났다. 하지만 모든 사건은 이 곳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게임 안에서 이뤄진 대결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형석이 외상은 없지만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형석을 마지막으로 본 이는 진우다. 그리고 진우와 형석의 관계가 어떤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런 둘이 만난 후 형석이 사망했다. 사망 원인이 무엇으로 나올지 모르지만 진우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임에서 형석을 물리치고 승자가 되었지만 현실에서 정말 형석이 죽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다.
게임과 현실의 차이 사이에 미묘한 틈이 존재한다면 그걸 찾아내야만 한다. 세주가 그라나다에 도착한 후 기차 안에서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과 유사하다. 현실 세계에는 그 어떤 흔적도 없다. 하지만 세주는 가방을 남긴 채 사라졌다. 게임 안으로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실제 사망한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세주의 실종에 대한 의문은 형석의 죽음으로 더욱 명료해졌다. 완벽해 보이던 게임에 오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버그를 잡아내지 않으면 게임 속 대결의 결과가 현실로 드러날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한다. 형석의 죽음을 파 해쳐야만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데 그게 쉬울 수가 없다.
딜레마에 빠졌다. 진우는 100억으로 수십 조 가치를 가진 게임을 샀다. 완벽하게만 보였던 게임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한다. 미워했지만 실제 죽기를 바라지는 않았던 형석이 자신과 게임에서 만나 대결 후 시체로 발견되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우가 다시 게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밝혀내지 않으면 절대 해결점은 보이지 않는다. 1년 만에 진우가 다시 그라나다로 돌아가 기차 안에서 치열한 총격전까지 벌인 것은 그 안에 정답이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다. 장자의 세계관은 수많은 창작자들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호접몽의 세계는 단순히 장자가 살던 시절의 이야기가 아닌 기계로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와 마주하게 된 현 세대들에게 더욱 큰 가치로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다. 진우의 호접몽은 과연 어떻게 끝이 날지 궁금해진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