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으로 돌아왔던 이헌은 광분했다. 자기 대신 왕 역할을 했던 광대 하선을 죽이라 명했고, 그런 하선을 사랑한 중전에게 사약을 내리라는 명까지 했다. 그리고 사악한 신치수에게 전권을 내리겠다는 발언까지 하며 극단적 행보를 이어갔다. 이런 왕은 결국 나라를 망하게 할 수밖에 없음을 도승지 학산은 확신했다.
폭군의 죽음;
광대 하선의 존재를 알게 된 신치수와 진짜 왕이 된 하선
왕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단 한 번도 왕에게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세자는 주눅들어 살았다. 왕으로서 자질을 갖췄지만 그런 그를 망친 것은 신하의 잘못된 선택이기도 했다. 대비 세력에게서 세자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신치수가 결국 나라를 집어 삼킬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심약했던 왕은 대비의 아들에게 사약을 내린 후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피를 부르는 왕의 자리는 어쩌면 이헌에게는 버거운 자리였을지 모른다. 성군이 되고자 했던 욕망은 강했지만, 그런 자리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힘겨운 투쟁을 해야 하는지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궁으로 돌아온 이헌은 하선을 내쳤다. 그리고 그놈의 목을 가지고 오라고 장 무관에게 지시를 했다. 자신이 아닌 광대를 사랑한 중전이 미워 합방 날을 서둘러 잡았다. 하지만 중전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왕을 거부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왕이 아닌, 증오했던 왕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죽음에 이르는 약에 중독되어왔던 이헌은 그 무엇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신치수와 손을 잡고 서서히 죽음으로 이끌던 김상궁에 의해 정신이 혼란해지기만 했으니 말이다. 산짐승에게 내던져진 하선은 살아있었다. 장 무관의 손을 잡고 구덩이에서 올라온 하선은 다시 궁으로 가겠다고 했다.
하선에게 차라리 도망가라 했지만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그럴 수 없다는 하선은 그렇게 다시 궁으로 향했다. 그리고 학선을 만난 하선은 자신이 왕이 되고 싶다고 했다. 살아 돌아온 하선을 보고 눈물까지 흘린 도승지 학선은 임금은 '짐승의 자리'라며 그 지독한 고통을 감내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다시는 하선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한 학선은 하선과 함께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이헌과 함께 바꾸고자 했던 세상은 그의 몰락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천운으로 이헌과 꼭 닮은 하선이 등장했다. 심성도 좋은 하선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학선은 확신했다.
이헌에 의해 다시 궐로 돌아온 신치수는 기고만장했다. 가렴주구들을 다시 지방 수령으로 내리고, 자신의 아들에게는 요직을 맡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탐욕이 가득한 신치수는 왕의 선택을 받았다고 확신하며 임금 앞에 섰지만, 그가 바라보는 왕이 이헌이 아닌 하선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도승지는 이미 모든 준비를 다했다. 왕명을 꾸며 대비전을 봉쇄했다. 이는 신치수가 대비를 폐위 시키려 했다고 믿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궐로 들어선 신치수와 가렴주구들에게 임명장이 아닌 의금부로 보내버리는 한 방 역시 학선의 한 수였다.
신치수의 아들이자 하선의 동생 달래를 범한 신이겸에게 요직이 아니라 돌만 있는 섬으로 보내버린 그들은 왕명을 거부할 수 없게 했다. 그리고 가렴주구들을 추천한 신치수에게는 좌의정 자리까지 빼앗아 버렸다. 자신을 믿고 맡기겠다던 왕이 왜 자신에게 이러냐는 말에도 할 말은 존재했다.
제대로 정치를 하라고 했더니 파렴치한 자들을 지방 수령으로 천거했으니, 더는 나라 일을 할 수 없게 해야겠다는 논리가 성립되니 말이다. 가장 큰 적이었던 신치수를 좌의정 자리에서 내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위험 요소가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
대비는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들을 통해 왕을 밀어내고 새로운 왕으로 진평군을 왕으로 옹립하려는 시도를 구체화했다. 잠시 폐위 위기에 몰리기는 했지만, 신치수를 내치는 용도였을 뿐이었다. 왕의 탄일을 맞아 다시 자유를 얻은 대비는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 앞에서 본격적인 복수를 다짐할 뿐이었다.
탄일에 흥청망청 하기보다 백성들을 먼저 생각하는 왕. 거북이 금덩이를 선물한 선화당을 꾸짖으며 이 금덩이로 백성들을 먹이겠다고 나서는 왕 하선에게는 중전 소운 외에는 없었다. 소운은 이상한 분위기를 스스로 느꼈다. 낮에는 한없이 다정했던 왕이 갑자기 변모해 광기 어린 존재로 자신을 찾았다.
얼굴은 같지만 너무 다른 두 왕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중전은 어느 순간 깨달을 수도 있을 듯하다. 물론 그럴 수 있는 대상이 사라져 더는 비교가 불가능해 모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왕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은 것은 김상궁이었다. 왕의 지근거리에서 보살피는 김상궁은 이헌의 귀에 있는 상처를 봤다.
약에 취해 악몽에 시달리다 자신의 귀를 찔렀던 이헌의 상처였다. 하지만 하선에게 그런 상처가 있을 리 없다. 하루 만에 상처가 사라질 수는 없는 법. 이상하게 생각한 김상궁과 임금과 얼굴이 똑 같은 광대를 봤다는 김지봉의 발언을 들은 신치수는 확실한 반격의 카드를 잡았다.
자신을 내친 왕이 광대라면 명분이 존재한다. 현재의 왕을 내치고 다른 이가 왕이 될 수 있는 명분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할 학선과 하선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두뇌전이 흥미롭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신의 탄일에 미역국을 동굴 속에서 먹은 이헌은 도승지와 함께 바다로 향했다. 왕이 사랑했던 후궁의 아들로 태어났던 이헌. 하지만 왕이 사랑한 후궁이 자신을 낳고 사망하자 이헌은 궁에서 그 어떤 존재 의미도 없었다. 그렇게 대비가 낳은 아들 율을 세자로 책봉하고 왕으로 만들려했다.
사악한 대비가 아들을 앞세워 나라를 지배하려는 행위를 막기 위해 도승지와 부원군은 신치수를 내세웠다. 험한 일을 할 수 있는 자가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잔인하게 왕의 자리를 지켜냈지만, 심약했던 이헌은 율의 환영에 시달리며 스스로 무너져갔다. 그 과정에 신치수와 김상궁의 역할도 한 몫 했다.
바닷가에서 술 한 잔을 하고 궁으로 돌아가자는 도승지의 말에 이헌은 즐거웠다. 그리고 새로운 다짐도 했다. 하지만 그 술에 독이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다. 피를 토하며 언젠가 자신도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고 말하지만, 살고 싶었다. 왕으로 살고 싶었던 불운한 이헌은 그렇게 충직한 신하인 학선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왕을 죽인 신하. 그리고 광대를 왕으로 삼은 신하. 대동계와 함께 백성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학선은 폭군으로 미쳐가던 왕을 죽이고 성군의 자질을 가진 광대를 왕으로 삼았다. 신분의 귀천 없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학선에게 신분은 의미가 없었다.
폭군으로 변했지만 불운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왕 이헌은 그렇게 아버지 같은 도승지에게 제거 당했다. 진짜 왕이 사라진 후 벌어질 일들은 일촉즉발이 될 수밖에 없다. 왕을 닮은 광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신치수와 그와 손을 잡은 대비로 인해 온갖 도발들이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1막은 그렇게 이헌의 죽음으로 끝났다. 2막은 진짜 왕이 된 광대 하선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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