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망설이다가 알려주는 제주 수국명소 14곳
“수국수국한 6월, 제주도의 인생샷 명소”
이틀 전 한라산엘 다녀왔는데 아직 한라산 철쭉은 덜 피었더군요. 한라산 명물인 털진달래가 떨어지고 난 뒤 지금쯤 철쭉이 피었겠지 했는데, 올해는 기후 탓에 좀 늦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벚꽃을 비롯하여 유채꽃, 제주도를 대표하는 봄꽃들은 다 지고, 요즘은 붉은 장미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모습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고요, 차를 몰고 조금만 중산간으로 나가면 메밀꽃들이 들녘을 하얗게 수놓은 모습들도 가던 길을 멈추게 합니다.
차를 몰고 달리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 군락들을 볼 때면 비로소 제주에 있다는 실감이 나는데요, 이제 곧 6월입니다. 6월이면 제주도를 대표할 수 있는 꽃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이 바로 수국입니다. 부케처럼 소담스러운 꽃송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수국도 아름답지만 소박한 매력을 품고 있는 산수국의 모습은 최고의 인생샷 포인트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국이 아름답다고 입소문이 나는 곳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게 마련입니다. 일부러 사람들을 불러 모으려고 수국을 재배하고 있는 곳은 상관이 없지만, 민가나 사찰 등 질서와 정숙을 요하는 곳들도 상당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곳들은 대 놓고 공개하기가 참 꺼려 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것은 섭섭하고요, 알려지면 민폐를 끼칠만한 곳은 위치를 살짝 가린 후에 공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3일을 고민했습니다.^^
1. 혼인지 수국
혼인지는 제주 탐라국의 건국 시조인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삼신이 수렵생활을 하며 지내다가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를 만나 합동혼례를 올린 연못이 있는 곳입니다. 또한 연못 옆에는 결혼식을 세 쌍의 부부가 신방으로 사용하였던 굴이 있으며 실제로 3개의 입구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른 봄에는 벚꽃도 참 아름다운 곳인데 이제 6월이 되면 정원을 비롯하여 탐방로 길옆에 수국이 아름답게 꽃망울을 터트릴 것입니다.
2. 보롬왓 수국길
지금 보롬왓에는 메일꽃이 한창 피어있습니다. 봄에는 청보리를 심기도 하는 곳인데요, 수국의 계절에는 라벤더를 심어놓아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보롬왓 농원에서 남쪽으로 보면 약 1km에 달하는 수국길이 있는데, 굉장히 예쁜 곳입니다.
3. 안성리 수국길
대정읍 안성리 마을 안길에 가면 마을 주민 분께서 몇 년에 걸쳐 정성스럽게 가꿔 놓은 수국길이 있답니다. 휑하니 볼 것 없는 마을길, 꽃이라도 심어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만들어 주자는 생각으로 수국을 가꾸기 시작했다는데요, 짙은 보라색의 수국이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곳입니다. 민가에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위치 공개는 안 합니다.
4. 아라동 수국길
아라동 수국길이라 적어 놓았지만, 모 사찰로 진입하는 도로입니다. 기도도량이라 정숙을 요하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을 경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사찰 이름은 적지를 않겠습니다. 보랏빛 짙은 수국이 예쁘게 피어 있는 곳으로 웨딩 촬영을 하기에 아주 좋은 곳입니다.
5. 사려니 숲 산수국길
제주도에는 산수국이 많이 피는 오름들이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산수국 하나 보려고 오름을 찾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고요, 사려니 숲은 사람들이 산책이나 트래킹을 위해서 많이 찾은 숲길이라 감히 추천해도 무리가 없는 곳입니다. 사려니 숲길 중에서도 붉은오름 쪽 입구로 들어가셔야 많은 산수국을 볼 수 있답니다.
6. 영주산 천국의 계단 산수국길
야생의 느낌과 자생력이 강한 산수국은 일반수국에 비해 화려함은 덜하지만 청초함이 묻어납니다. 그 소박한 느낌의 산수국 물결이 수백 미터 계단을 타고 이어져 있다면 너무나 환상적일 겁니다. 그래서 그 계단을 누군가가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라고 이름을 붙여놨습니다. 딱 어울리는 네임입니다. 눈부시다 못해 황홀한 산수국 명소입니다.
7. 화순리 수국길
안덕면 화순리에 가면 면사무소 근처 도로가 온통 수국 천지입니다. 기존 몇 년에 걸쳐 가꿔 놓은 수국도 있지만, 최근에 다시 심어서 가꾸기 시작하는 작은 수국까지 눈에 띱니다. 아마도 근처 도로를 전부 수국 명소로 가꿀 생각인거 같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한번 들러보면 좋을 곳입니다.
8. 카멜리아힐 수국 농원
제주도에 있는 관광농원들은 대부분 수국을 가꾸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림공원을 비롯하여 휴애리, 상효원 등 수국이 피는 계절에는 축제를 열기도 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수국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누가 뭐래도 카멜리아힐인 거 같습니다. 농원 곳곳에 다양한 종류의 수국들을 가꾸고 꽃을 피우는 곳입니다.
9. 비자림 수국길
비자림은 동양최대의 비자나무 군락지이기도 하지요. 숲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최고의 명소로 거듭난 곳이 비자림이기도 합니다. 뜨거운 여름철이면 더욱 인기가 많은데요, 비자림에 들렀다가 인근의 수국길을 잠깐 만끽하는 것도 매우 좋습니다. 비자림 입구 사거리에서 서쪽으로 수국길이 있습니다.
10. 젊음의 집 수국
성이시돌 목장은 드넓은 초지의 목장과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수녀원 등 사람들이 아주 많이 찾는 곳인데요, 그 안에 크진 않지만 사진을 찍으면 아주 예쁘게 잘 나오는 수국 포인트가 있답니다. 성이시돌 젊음의 집 입구에 보면 군락을 이루고 풍성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수국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의 수국은 좀 늦게 피는 것이 특징입니다.
11. 송악산 수국 군락
제주 최고의 해안비경을 자랑하는 송악산둘레길, 한라산과 산방산 등 오름 군락은 물론이고 형제섬을 비롯하여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곳, 걸어서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둘레길 중간에는 야자수와 어우러져 자태를 뽐내고 있는 수국 군락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들어갈 수는 없지만 눈으로만 봐도 아주 아름다운 군락입니다.
12. 사계리 수국길
안덕면 사계리는 바다도 예쁜지만 산방산이 있어 더욱 유명한 마을이기도 합니다. 산방산이 그림같이 한눈에 들어오는 일주도로, 산방산에서 화순리 마을 사이 도로에는 6월 중순이면 발길을 멈추게 할 정도로 예쁜 수국이 꽃을 피웁니다. 산방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으면 아주 예쁘게 나오는 곳입니다.
13. 안덕 중산간 마을 수국
글을 쓰다 보니 안덕면 지역에 수국의 명소들이 참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곳도 안덕면 중산간 지역에 있는 한 마을 안길의 수국길인데요, 지난해 우연히 지나다가 발견한 곳입니다. 길이 너무 예뻐서 잠시 혼이 나간 느낌이었습니다. 이곳 또한 민폐를 끼칠 수 있는 곳이어서 위치는 비밀로 해둘게요.
14. 종달리 수국길
노천 수국 명소로는 아마도 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해에는 비도 만힝 오지 않고 가지치기를 해버려서 예쁜 수국을 볼 수 없었지만, 올해는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 같은 섬 속의 섬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제주 동부 지역 최고의 해안 경치 또한 볼만한 곳입니다.
이상으로 제주의 수국명소 열네 곳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이곳 외에도 김녕리 수국길이나 휴애리 자연농원을 비롯하여 마을 마다 알려지지 않은 수국 명소들도 아주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저도 찾아 나서고 싶네요.
수국은 다양한 색으로도 유명한 꽃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밋밋한 하얀색 보다는 짙은 보라색을 띤 수국이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하얀색에서 핑크빛, 노란색도 있고 초록색에 보라색까지 셀 수도 없이 다양한 색상을 띠고 있는 수국, 수국은 토양의 질에 따라 색깔이 결정된다고 하네요.
또한 수국의 원산지는 중국이라고 합니다. 원래의 이름은 수구화(繡毬花)라고 하는데요,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수구화’에서 ‘수국화’로 부르다가 ‘수국’으로 변한 것으로 보이네요.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수국의 모습은 결혼식 때 신부들이 들고 있는 부케를 연상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