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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답고 매력적인 드라마였다. 학교 드라마가 자주 만들어지지만 항상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전부였다. 교사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는 보기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블랙독>은 큰 가치로 다가왔다. 선생. 아니 선생님이 되기 위한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 드라마는 고하늘을 통해 잘 보여주었다.

 

하늘의 참스승이었던 김영하 선생님의 아내인 영숙은 어머니나 다름없었다. 영숙에게도 하늘은 '내딸래미'라고 휴대폰에 저장될 정도로 딸과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렇게 서울 하늘의 집 근처에서 국수집을 하며 13년을 함께 살았다. 그런 영숙이 어느 일요일 아침 일찍 하늘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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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고요함'이 지속되던 하늘에게 영숙의 문자는 충격이었다. 이미 떠나버린 국수집은 텅 빈 채로 남겨져 있었을 뿐이었다. 영숙이 떠난 후 하늘을 떠난 또 다른 인물은 바로 성순이었다. 진학부를 이끌며 하늘에게 교사로서 자격과 가치를 알려주던 새로운 스승이었던 성순이 그렇게 떠났다.

 

성순이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족들 때문이었다. 남편이 베트남 파견 근무를 원했다. 평생 아내와 가족을 위해 희생한 남편이 마지막으로 승진이 하고 싶다며 파견을 원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진학부 교사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성순에게는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라인이 없는 후배들을 챙겨야 하는 책임감. 더욱 이제 막 교사로서 삶을 시작한 하늘이 제대로 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던 성순이지만, 가족을 위해서 선택해야만 했다. 12월 학기가 끝나면 휴직하기로 한 성순은 후배들을 지키기 위한 묘수를 짜냈다. 진학부를 키우기 위해 혁신부와 통합하는 안이었다.

 

문이과 통합 시범 수업을 통해 당위성을 확보하고 교감의 지지를 받고 교장의 승락을 받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가 성공해야만 한다. 노력만큼 학생들의 호응은 좋았다. 물론 오직 대학 입학을 위한 수업만 원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새로운 시도를 반기는 학생들도 존재했다.

 

이를 근거로 성순은 교감 수호와 함께 준비했던 진학부와 혁신부를 통합하고 확대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후임으로 배명수 선생을 앉혔다. 부장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워하는 명수였지만, 연우가 옆에서 든든하게 버티고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이 한 팀이 된 대치고는 그렇게 새로운 시도와 현실 속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임용고시를 보기도 전에 학교를 그만 둔 성순. 성순은 학교를 떠나기 전 하늘에게 사진을 건넨다. 휴대폰에 있던 사진 중 몇장 인화했다고 건낸 그곳에는 '선생님 고하늘'이 있었다. 성순이 전한 이 사진은 하늘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렬함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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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숨을 던져 어린 하늘을 구해준 기간제 선생님이었던 김영하. 그리고 학내 불협화음 속에서도 하늘을 챙기고 보호하며 진정한 선생님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했던 박성순. 그들은 하늘에게는 진짜 선생님이었다. 성순이 떠난지 1년 6개월이 지난 후 하늘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늘이 친구와 만나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그의 변화를 알 수 있게 했다. 하늘은 임용고시에 합격했다. 아슬아슬하게 떨어져야 대치고에 다시 시험을 볼 수 있었지만, 합격하며 공립학교에 부임하게 되었다. 대치고에서 진학부 선생님들과 꿈을 펼치고 싶었던 하늘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하늘이 부임하게 된 학교에는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외톨이가 되어버린 하늘에게 유일하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준 송지선 선생님이 그 학교에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게 된 하늘은 행복했다. 만나야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만나게 되어 있다.

 

훌쩍 떠난 후 걸려온 영숙의 전화. 엄마와 함께 지낸다며 이제 좀 정리가 되었으니 놀러오라는 말에 눈물을 참으며 너무나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하늘. 그에게 영숙은 여전히 엄마와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김영하 선생님이 최고의 은사이듯 말이다.

 

"어떻게 나에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걸까?"

 

하늘이 품고 있는 의문이다. 교사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이자 숙명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누구나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희소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노력하는 교사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이라는 존중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어떻게 하늘에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치열하고 고민하고 싸웠던 결과물이었다. 자신의 안위가 아닌 교사로서 직분과 가치를 위해 싸우며 살아왔던 이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늘도 그렇게 누군가게에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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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고 진학부 선생님들인 명수와 연우와 만나던 날 하늘은 놀라서 울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성순도 와 있었기 때문이다. 깜짝 이벤트를 하듯 커피를 요구한 둘을 대신해 커피를 사러 간 하늘에게 찾아온 성순. 그 행복한 감정을 어떻게 대처하지 못하는 하늘의 표정은 감격 그 이상이었다.

 

"선생임 저는 즐겁게 그 답을 찾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하늘을 지켜주고 있던 김영하 선생님을 향한 그의 발언이 답일 수밖에 없다. 평생 노력해도 그 답을 완벽하게 찾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현명한 선생님들이었던 윤여하, 변성주 역시 은퇴하는 순간까지도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교단을 떠났다.

 

아이들을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자신의 삶과 교사로서 삶의 균형은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진짜 선생님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학생들을 위해 '그렇게까지' 할 수는 있는 것일까? 수많은 의문과 고민을 가지고 이를 찾아가려는 노력. 그게 어쩌면 모든 교사들이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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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흔한 연애나 가족간의 갈등도 존재하지 않는 드라마. 그 잔잔함 속에 우리 삶 속에서 절대 예외일 수 없는 '교사'의 삶을 이야기하던 <블랙독>은 대한민국 드라마가 발전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 드라마였다. "캡틴 오 마이 캡틴"을 외치던 <죽은 시인의 사회>와는 또 다른 의미의 인생 이야기가 되었다.

 

완결지을 수 없는 영원한 숙제를 안고 여전히 현실 속에서 진짜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교사들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단순히 시간 떼우며 정해진 월급이나 받는 편한 직장인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쏟아붓는 값진 희생을 품은 '선생님'이 되고자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바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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