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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치매를 다룬 이야기들은 많았다.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 하지만 오히려 치매에 대한 불안만 키우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치매는 곧 두려움으로 각인 시켜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이 부시게>는 그 치매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다.


눈이 부시게 오늘을 살아라;

나이 들어 뒤늦게 깨달은 어머니의 사랑, 혜자의 가장 행복했던 날



혜자와 준하의 아들 대상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었다. 어린 아이에게 그 상처는 큰 트라우마가 될 수밖에 없었다. 평생 다리를 절며 살아야 하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 남편은 경찰에 끌려가 사망했다.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혜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강하게 키워야 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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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하는 기자로 열심히 살았다. 혜자와 결혼하고 행복한 신혼을 보내던 어느 날 모든 것은 무너지고 말았다. 너무 기자 일에 매진하는 남편이 얄밉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준하가 든든했던 혜자였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낯선 준하의 모습이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던 준하에게 가족이 생긴다는 것은 불편함이었다. 혜자가 임신 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즐거워하기 보다는 낯선 이질감을 보인 것도 그 때문이다. "고마워""축하해"라는 단어 선택의 혼란은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봐 달라는 혜자의 부탁에 어쩔 줄 몰라하는 준하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런 준하에게 모두가 처음인 부모 역할이라며 함께 잘 해나가는 혜자의 배려는 준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해주었다.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 행복한 가정은 영원하지 못했다.


결혼기념일이었다. 준하가 경찰서에 끌려간 날이 바로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이었다. 항상 기사 작성에 쫓기는 남편이라 그럴 수도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전날 신문사로 정보과에서 나와 기자들을 끌고 갔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기자들은 뒤늦게라도 풀려났지만 준하는 아니었다.


어렵게 면회를 간 혜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누군가에게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풀려나면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사망통지서'였다. 이미 재가 되어버린 남편. 그리고 유품에서 사라진 시계는 악랄한 형사의 손에 있었다. 그 형사가 바로 휠체어 할아버지였다. 


혜자가 그토록 찾고자 했던 시계는 준하가 가장 사랑했던 물건이다. 결혼 애물이기도 했던 그 시계를 단 한번도 풀러 본 적 없었던 준하를 위해 혜자는 찾고 싶었다. 수십 년이 지나 뒤늦게 혜자에게 시계를 돌려주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형사를 용서한 혜자는 그렇게 과거의 아픔과 작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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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는 아버지 없는 아이가 되어버린 대상을 독하게 키웠다. 작은 동네 미용실을 하면서 다리를 하나 잃은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쉬울 수 없다. 아버지를 기다리다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잃은 아이. 학교에서도 항상 놀림을 받아야 했던 대상이를 당당하게 키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린 대상은 엄마가 미웠다. 자신을 증오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아버지를 잃은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엄마가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대상은 어머니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살 수는 없었다. 치매가 걸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순간까지도 대상은 어머니 혜자를 무섭고 차가운 어머니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대상이 모든 오해를 풀게 된 것은 눈 오는 날이었다. 아파트 경비를 하던 대상은 눈을 쓸다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와 어머니를 찾던 대상은 눈을 쓸고 있는 혜자를 발견했다. 찾아 다행이라 생각하게 다가선 대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추운 날 눈을 쓰는 이유는 다리가 아픈 아들을 위함이라고 했다. 산동네에 살던 대상은 눈 오는 날 학교를 가는 것은 고역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깨끗하게 눈이 쓸려 있었다. 옆집 아저씨가 부지런하게 눈을 쓸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깨끗한 계단길은 모두 어머니의 솜씨였다.


아들이 강해지기 바라며 독한 엄마 노릇을 했지만, 아들이 보지 않은 곳에서 오직 아들을 위해 살아온 어머니. 그렇게 새벽에 일어나 아들이 등교할 길을 깨끗하게 쓸었던 어머니의 진심을 대상은 나이 들어서야 겨우 알게 되었다. 어머니를 원망만 하면서 살아왔던 대상은 차책할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은 이런 어머니의 모습을 모른다는 말에 "아들은 몰라도 돼요. 아들만 안 미끄러지면 돼요"라는 혜자의 진심에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했다. 세상 모든 어머니는 그렇게 자식들을 위해 살아왔다. 자식에게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머니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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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내 앞의 눈을 쓸어준 게 엄마였어"


아내를 붙잡고 서럽게 우는 대상의 모습은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준하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기도 전에 잃었던 어린 아이는 그렇게 엄마의 마음도 이해하지 못하고 홀로 고민만 했다. 엄마 노릇이 처음이었던 혜자도 그게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대상은 아들과 서먹하다. 어떻게 아들을 키워야 하는지 대상은 끝내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가 처음인 어른이라는 무게는 항상 실수만 하게 만든다. 같은 요양 병원에 있던 할머니 한 분이 사망했다. 아내를 보내며 딸 앞에서 당당한 척 했던 남편은 아내가 누웠던 자리를 만지며 서럽게 운다. 


정든 사람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그렇게 아리고 서글플 수밖에 없다. 어머니와 함께 지내기 위해 시골을 선택한 아들과 며느리. 자신을 몰라봐도 자신이 알아보면 그만이라는 속 깊은 며느리이자 아내와 함께 진짜 가족의 모습으로 남은 생을 살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아름다웠다.


어머니에게 가장 행복했던 날이 언제냐고 묻는 아들. 그런 아들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깊어진 치매 속에서도 혜자에게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해지는 저녁 온 동네에 밥 짓는 냄새가 퍼지면 아장 아장 걷는 아들의 손을 잡고 동네 어귀에 나서는 것이었다. 그렇게 남편이 퇴근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온 가족이 함께 노을을 바라보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혜자는 아들마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기억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가장 행복한 시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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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혜자가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는 이 메시지는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우리의 일상이지만 태어난 이상 최선을 다해 즐기라는 말 속에 담은 가치는 크다. 누구하나 세상에 태어난 이상 소중한 존재라는 말과 후회하고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는 혜자의 말은 <눈이 부시게>가 전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다.


마지막 문장에 <눈이 부시게>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었다. 누군가의 엄마 누이 딸이었던,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주어진 삶을 즐기며 행복하기 바라는 혜자의 독백은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치들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김혜자는 말해 무엇하랴.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좋았다. 하물며 동네에서 섭외한 할머니들의 연기도 뛰어났다. 묵직한 메시지였지만, 너무 무겁기만 하지 않게 담아냈다는 점에서도 <눈이 부시게>는 대단한 작품이다. 역대급 웰 메이드 드라마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잊고 있었던 가치를 일깨우는 이 드라마가 있어 행복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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